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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
2013.10.15 16:43:03
조회수
663
글쓴이
관리자
제목 : 제대군인! 우리에겐 선배 제대군인이 있다

 * 국방일보 후원 제대군인 취, 창업 성공수기 최우수상 수상작 [예) 육군 대위 안재영]  


 


 육군대위로 전역한 지 5년, 나는 대한민국 육군의 헬기를 정비하는 항공정비군무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역 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우연히 만난 선배 제대군인을 통해 흔들리던 의지를 다잡을 수 있었고 결국 목표로 한 제2의 인생설계를 실현할 수 있었다.

 2008년 7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부모님이 계시는 충남 조치원으로 이사했다. 막연하게 영어공부와 자격증이라도 따겠다는 생각에 구직활동은 뒤로하고 책을 보며 공부했다. 말이 좋아 내일을 위한 준비 시간이지 실업자였다.

 소위 말하는 ‘백수’. 그게 바로 나였다. 전역 후 등록한 제대군인지원센터(이하 제군센터)를 통해 소방공무원 입시 학원비를 지원받아 공부했지만 여의치 않아 일단 취업을 하기로 했다. 제군센터 취업정보를 통해 행정인턴 1년짜리 계약직으로 국립대전현충원에 채용됐다. 그러나 급여는 네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크게 부족했다. 사명감과 보람은 있었지만 솔직히 현실의 벽을 충족하지 못했고, 3개월가량 근무하다 작은아버지 일을 돕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F-15K 프라모델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하나하나 공들여 깎고 붙여서 만든 것. 예전 여단장님께서 강조하시던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바로 항공기를 만지고 다루는 일이었다.

 실직자 우선 선정 직업교육 과정을 알게 돼 서울까지 9개월간 매일 6시간을 기차로 통학하며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항공정비산업기사, 항공기체정비기능사, 항공기관정비기능사를 취득할 수 있었지만 여기저기 알아봐도 면장 없이는 정비사로 항공사에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10년 늦가을 청주국제공항에 위치한 회사의 직원모집 구인공고를 발견했다. 공항의 여타 업무관련 직종이었으나 나의 최종목표의 실현은 결국 비행기가 있는 그곳, 바로 공항이라고 생각했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면접시험에서 지점장이란 사람이 나에게 유독 질문을 많이 했다. 

   ‘육군대위 출신이면서 어째서 크고 좋은 회사에 지원하지 않고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가? 혹시 스스로 아무런 준비를 한 게 없고 또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란 말에 울컥 기분이 상할 정도였지만 감정보다는 그동안의 노력과 군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적인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각오를 당당히 피력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훗날 알아 보니 그 지점장은 군 간부 출신이었다. 직장 상사이자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 제대군인이었다. 나와의 자리를 자주 만들어 조언을 해주었고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나태함이 보이면 따끔한 질책도 했다. 

 회사에 근무하면서 시간을 쪼개 2011년도 공군 군무원시험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마음은 포기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런 나를 안쓰럽게 지켜보던 지점장은 ‘우물을 팔 때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파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틈틈이 다른 우물도 근처에 같이 파거나 하다못해 우물 팔 자리를 미리 봐두는 것도 물을 얻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란 말을 해주었고, 그래서 공군과 더불어 육군항공정비 분야에도 응시하기로 했다. 가산점을 얻기 위해 워드 1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리고 두 번의 도전 끝에 2012년 육군 항공기체정비 군무원시험에 합격하는 기쁨을 얻었다.

 오늘도 나는 ‘투타타타’가 아닌 ‘봬에에에엥’ 소리로 들리는 500MD 헬기를 신명나게 정비하고 있다. 전역 후 뜻대로 잘 되지 않아 원망도 하고 또 결코 녹록지 않은 사회의 치열하고 높은 벽 앞에서 힘겨워도 했지만 준비와 도전의 과정이 헛되지 않다면 결코 이루지 못할 것도 없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고 배웠다.

 첫 급여를 받고 찾아가 소주 한 잔 대접하는 자리에서 그는 “나도 뜻한 바 있어 나름 철저히 준비해 전역했지만 막상 마주한 세상의 벽은 너무 높고 힘겨워 남몰래 적지 않은 눈물도 흘렸다. 좌절의 언저리에 들어설 때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용기와 힘을 준 것은 이러한 길을 먼저 걸었던 선배 제대군인들의 조언이었다. 직접적인 만남에서의 조언도 있었고, 특히 지금도 매달 받아보거나 열람하는 제대군인 소식지며, 직원채용을 위해 자주 찾곤 하는 제군센터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열심히 준비하고 도전한 자네의 노력과 의지가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이다.”고 했다.

 우리 제대군인은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처음 군문에 들어섰을 때 생소한 환경,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세계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결국 배우며 익히고 숱한 훈련을 통해 당당한 전사로 거듭나지 않았던가. 이와 다를 게 없다. 

   이제 우리는 엄중한 소명을 다하고 또 다른 세상을 살기 위한 도전의 길을 가고 있다. 주변에는 우리의 노력을 이해하고 우리의 성공을 기원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중심에 제대군인들이 있다. 우리의 마음과 입장을 가장 잘 알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 제대군인들을 멘토로 삼자. 나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제대군인이 사회에서 자립하고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확신한다.


 


 * 출처 : 국방일보('1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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