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상담
일 자
2013.10.16 08:40:05
조회수
536
글쓴이
관리자
제목 : 국방일보 후원 제대군인 취 창업 성공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엄마도 할 수 있다' - 예) 공군대위 이민정

 

   벌써 내가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근무한 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2007년 1월 31일 공군대위로 전역한 나는 주위에서 말렸지만 새로운 직업을 가져보고 싶었고, 사회에 도전도 해보고 싶어 제대를 선택했다. 1년을 계획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큰아이가 9개월이라 친정엄마가 돌봐주시기로 하고 집 근처 도서관을 오가며 취업 공부를 했지만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내내 불안했고, 또 집안 행사 등 여러 가지 일로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였는지 역시 결과도 형편없었다.

 내 스스로 약속한 1년도 지났고, 또 몸이 편찮으신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계속 맡길 수 없었기에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연히 가족모임에 갔다가 큰아이가 또래들보다 발달이 많이 늦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발달 검사를 받았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모든 게 내 탓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깜깜한 터널 한가운데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아이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내가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을 보며 나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큰아이 치료도 다녀야 하고, 둘째도 키우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의 포기하고 살고 있을 때 나에게 희망을 주신 분이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였다. 상담 때 정말 계속 가정주부로 살 계획이냐고 나에게 물으셨는데, 솔직히 나는 “네”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가정주부로만 살고 싶지는 않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앞으로도 못하게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앞으로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 준비하라며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직업을 가질 수 있게 조금씩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잠든 밤에 틈틈이 사이버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실습까지 모두 마치는 데 2년 정도 걸렸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자격증을 받았을 때는 뿌듯했다. 그리고 나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상담사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따 놓는 게 좋다고 해 내친김에 문제집을 한 권 구입해 틈틈이 공부했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여러 책을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보았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관련 분야 자격증을 더 취득해 볼까 준비하고 있었는데, 상담사님이 사회복지공무원 모집 공고가 떴다고 말씀해 주셨다.

 거의 5년간을 집에만 있었는데, 계속 공무원 시험만 준비한 젊은 수험생들을 대적해서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망설여졌다. 또 시험일까지 2개월 반 정도밖에 안 남았고, 공부가 하나도 안 된 상태인데 무모한 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 이틀 동안은 정보 수집에 매진했다. 다음카페에 가입해 교재ㆍ강사·강의ㆍ공부 방법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과목별로 기본서 한 권씩 정한 후 강사와 공부 방법의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도 공부는 하되 아이들에게는 피해나 영향이 가지 않게 공부를 하자는 나름의 철칙을 세웠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는 시간,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에만 공부를 했다. 주말에도 낮에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이들이 잠든 밤에만 공부했다.

   나는 아침에 아이들을 챙겨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집에 들어와 바로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다가 잘 안 외워지는 부분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등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보며 외웠다. 외워야 될 한자나 맞춤법 같은 것은 포스트잇에 적어 냉장고 문에 붙여 두고 설거지할 때 틈틈이 보며 외웠다.

   그리고 수첩에 붙여놨다가 모아서 다시 보곤 했다. 9시경 아이들이 잠들면 그때부터 새벽 2~3시까지 공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고사장에 갔다. 시험이 생각보다 쉽게 나와서 기분도 좋고 느낌도 좋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매겨 보니 점수가 형편없었다. 예상했던 평균 점수보다 5점이나 내려갔다. 역시 시험은 단기간에는 안 되는구나 실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우연히 인터넷에 예정일보다 이틀 일찍 발표된 합격자 명단을 보았다. 헉,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내 이름을 확인했다. 새벽 3시였지만 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워 이 소식을 알렸다. 남편은 잠결에도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마누라 대단하다. 고생했다”며 안아주었다.

 나는 다음 날부터 바로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가까운 학원에 가서 면접 특강 하루짜리 강의를 들었다. 특강자료를 토대로 나름의 답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면접에 대한 막연함에 내내 불안했다. 그래서 제대군인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기댈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나의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니 필기시험 합격을 축하해 주면서 면접 태도에 관한 자료와 공무원 면접 자료, 그리고 공무원 면접 관련 자료가 많은 카페와 사이트 등을 알려주셨다. 큰 도움이 됐다. 2주 뒤 최종발표가 났고 나는 합격했다.

 내 인생에서 짧다면 짧은 5년의 군 생활이었지만, 군 생활 동안 배웠던 추진력과 결단력, 그리고 끈기 등의 정신은 현재의 내 삶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군인 정신의 힘 덕분에 오늘의 결과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내가 대한민국 공군 여군 장교였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어렵고 불가능할 것 같던 일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노력이 있다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배웠다. 앞으로도 나는 도전하면서 이 배움을 또 확인하고 싶다. 가보지 않은 길, 해보지 않은 일은 누구나 두렵고 망설여진다.

   하지만 우리 제대군인들은 누구보다도 험난한 길을 헤쳐 가며 국방을 책임지던 사람들이 아닌가?

   두려워하지 말자. 두려움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가를 잊지 말자.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 때 못 이룰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출처 : 국방일보('13.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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