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바꾸면 만사가 순일 <김갑영 육군대령 국방부 군종정책과장·법사>
인도 신화에 꽃에서 인간으로 화한 소녀 이야기가 나온다. 소녀는 신에게 자신이 머물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 신은 만년설이 뒤덮인 산을 가리킨다. 소녀는 추운 곳에서 살 수 없다고 난색을 보인다. 신은 두 번째로 동굴을 가리켰다. 소녀는 동굴은 너무 어두워서 살 수 없다고 핑계를 댄다. 신은 다시 광야를 가리켰다. 소녀 왈, 저 광야는 삭막하고 황량해서 싫다고 말한다. 그때 마침 저 멀리서 기타를 치며 오는 한 청년을 보고 신은 청년의 가슴을 가리켰다. 소녀는 좋아라며 단숨에 청년의 가슴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청년의 가슴속에는 만년설이 뒤덮인 설산과 깊은 심연의 동굴과 황량한 광야가 다 들어 있었다.
소녀는 다시 신에게 도저히 이런 곳에서는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때 신은 소녀에게 나지막이 속삭인다. "차가운 만년설을 만나거든 그것을 녹이는 훈풍이 되라! 어두운 동굴을 만나거든 그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라! 황량한 광야를 만나거든 그곳에 한 송이 따뜻한 사랑의 꽃을 피우라!" 우리는 살면서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회피하거나 미리부터 안 된다는 부정적 생각으로 포기하려 한다. 또는 '나 하나 바뀌어 뭐가 될까?'라며 합리화하려 한다.
어느 스님의 글에서 '적선소(積善梳)'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모 기업에서 사원의 창의성을 헤아리기 위해 과제를 냈다. 스님에게 나무 빗을 팔라는 것이다. 아니, 삭발한 스님에게 어떻게 파느냐고 하며 다수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 가운데서 세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실적을 내어 결과를 보고했다. 1개를 판 사원에게 어떻게 팔았느냐고 묻자 "머리를 긁적거리는 스님에게 팔았습니다"라고 답했다. 10개를 판 사원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신도님들의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기 위해 절에 비치해 놓으라고 설득했습니다."
1,000개를 판 사원에게 물으니, 그는 "빗을 머리를 긁거나 단정히 하는 용도로 팔지 않았습니다"고 답했다. 주지 스님에게 "이곳까지 찾아오는 신도님들에게 부적과 같은 뜻깊은 선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빗에 스님의 필체로 '선을 쌓는 빗(積善梳)'을 새겨 주면 더 많은 신도님이 기뻐하며 찾아올 것이라고 간곡히 말씀드렸더니, 나무 빗 1,000개를 일시에 구입해 선물하니 신도님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많은 빗을 납품해 달라는 추가 주문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처럼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 선을 쌓는 빗(積善梳), 작은 생각의 변화가 삶을 바꿀 수 있듯이, 맘처럼 일이 안 풀릴 때 적선소를 떠올리며 생각을 기발하게 변화시켜 보라! 자신만의 아집을 버리고 생각을 바꾸면 모든 일이 순일해진다.
* 출처 : 국방일보('16. 1. 6.)